영화 ‘미안해요 리키’는 영국 산업혁명 시대 당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주인공 부부 애비(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세브(데브 파텔)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당한다. 당장 생계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지만 남편 세브는 자신만 믿으라며 재취업 대신 택배회사 취직을 선택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육체노동 강도도 세고 하루 종일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가정 내 불화까지 생기면서 집안 분위기는 더욱 나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묵묵히 남편을 믿고 지지하며 곁을 지킨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기회가 찾아오면서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 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또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그리고 마침내 결말에서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역시 IMF 외환위기라는 뼈아픈 경험을 겪었다. 그로 인해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했으며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사회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공감할 만한 소재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작품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지나치게 신파조로 흘러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보는 내내 불편했고 억지스러운 장면도 더러 있었다. 다만 연출 방식만큼은 신선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하여 등장인물 간 대화나 행동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덕분에 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만약 누군가 내게 “영화 미안해요 리키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인간 소외 현상을 잘 보여준 수작이야.”
931번째 글입니다.